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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국은 왜 평생 산을 그렸나

색과 형태로 읽는 한국 추상 1세대

한국 추상화의 첫 세대

유영국(1916–2002)은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입니다. 경북 울진에서 나고 1930년대 도쿄 분카학원(文化学院)에서 그림을 배우며 일찍부터 추상 회화에 뛰어들었습니다. 해방 뒤에는 김환기 등과 함께 신사실파를 꾸려 한국 추상회화의 길을 열었습니다. 단색화로 잘 알려진 박서보·이우환보다 한 세대 앞선 출발점에 선 화가입니다.

산은 내 안에 있다

그는 평생 산을 그려 '산의 화가'로 불립니다. 다만 눈에 보이는 산을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니라, 산과 해와 바다를 점·선·면으로 덜어내 단순한 형태로 환원했습니다. 전시 제목 '산은 내 안에 있다'처럼, 바깥의 풍경이 아니라 마음에 자리 잡은 산의 인상을 그린 셈입니다. 그래서 무엇을 그렸는지 몰라도 색과 형태만으로 충분히 읽힙니다.

색채의 마술사

빨강·파랑·노랑 같은 강렬한 원색을 대담하게 써서 '색채의 마술사'라고도 불립니다. 설명을 좇기보다 색면이 부딪치며 만드는 균형과 깊이를 그냥 바라보면 됩니다. 무료 전시라 부담 없이 들러 보기 좋습니다.

왜 1964년에서 시작할까

전시는 유영국의 첫 개인전이 열린 1964년을 출발점으로 삼습니다. 이 해 그는 그룹 활동에서 물러나 2년마다 개인전으로만 작품을 발표하겠다고 밝힌 전환점이었습니다. 여기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 뒤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구성은 화풍의 연대기를 외우기보다, ‘산’이 그의 회화에서 어떻게 자리를 잡았는지 보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