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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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도, 글자 없이 읽는 그림

풍속화를 표정으로 따라가는 법

궁중 화원이 그린 보통 사람들

김홍도(호는 단원)는 정조의 신임을 받아 임금의 초상까지 맡은 도화서 화원입니다. 산수·인물·화조를 두루 잘 그렸지만 가장 사랑받은 것은 평범한 사람들의 하루를 담은 풍속화였습니다. 스승 강세황은 그가 "수천 가지 일상의 정경을 다 그려낸다"고 평했습니다. 영웅이나 신이 아니라 보통 사람의 삶을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비슷한 시기 유럽의 풍속화와도 통하는 데가 있습니다.

〈씨름〉을 읽는 법

글자 한 자 없지만 장면만으로 이야기가 보입니다. 빙 둘러앉은 구경꾼이 원을 이루며 시선이 가운데 두 씨름꾼에게 모이고, 표정은 저마다 다릅니다. 한쪽 구석에는 엿판을 멘 엿장수가 승부엔 관심 없이 딴청을 부리고, 앞쪽에는 벗어둔 신발이 놓여 있습니다. 누가 넘어갈지는 인물이 기우는 방향으로 슬쩍 암시됩니다. 설명을 읽지 않아도 표정과 자세만 따라가면 됩니다.

풍속화는 그 시대의 스냅사진

〈서당〉에는 훈장 앞에서 훌쩍이는 아이와 그 모습에 키득대는 동무들이 있습니다. 씨름·서당·빨래터처럼 18세기 조선 사람들의 평범한 순간을 모은 것이 단원풍속도첩(보물 제527호)입니다. 카메라가 없던 시절의 스냅사진인 셈입니다. 일본의 우키요에가 에도 서민의 삶을 담았듯, 같은 시기 조선의 일상이 이 그림들에 담겨 있습니다.

김홍도 〈서당〉 — 훈장 앞에서 우는 아이와 키득대는 동무들. 글 없이 표정만으로 장면이 읽힙니다.
김홍도 〈서당〉 — 훈장 앞에서 우는 아이와 키득대는 동무들. 글 없이 표정만으로 장면이 읽힙니다.김홍도 〈서당〉, 단원풍속도첩 (18세기) · 국립중앙박물관 · Public domain